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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성민이는 치료 중
이름 : 운영자 등록일 : 2011/04/24 17시29분     조회수 : 8,731

 

성민이는 치료 중

 

 오후시간은 길게만 느껴졌다. 벽에 걸어둔 시계를 몇 번이고 처다 보았지만 제자리 걸음만 하고 있는 듯, 바늘 침은 더디게 돌아가고 있었다. 그렇게 기다렸던 성민이가 위탁되는 날이었다.

반응성애착장애로 성민이가 위탁된 것은 코스모스가 하늘거리는 맑은 가을 날이었다. 퇴근을 재촉하여 한 걸음에 달려온 나는, 집안에서 성민이를 만났다. 유난히 속눈섭이 긴 성민이 입가에는 옅은 미소가 있었지만 불안과 걱정스러움은 감출 수가 없었다. 낯선 어른들. 지금까지 보지 못했던 주위 환경, 모든 것이 생소하게만 느껴지는 당혹감이 어린 성민에게는 공포스러움이 아닐 수 없었다. 사십 개월이 채 되지 못한 아이였다. ”성민아살포시 아이를 안아 올리며 입을 맞추었지만 아무런 반응이 없다. 이방인에 대한 저항도, 갑자기 입을 맞추는 당혹감도 없었다. 아이에게는 눈 앞에 펼쳐지는 모든 것들이 잠시 머물렀다 떠나는 일상처럼 보였을까?  안고 있는 성민이와 눈을 마주치고 싶었으나 난 얼굴을 들 수가 없었다. 잠잠했던 마음 저편에서 알수 없는 뭉클함이 샘물처럼 솟구쳤다. 내가 이 아이를 얼마나 사랑할 수 있을까?

난 언제부턴가 작은 꿈을 꾸고 있었다. 이 땅에 생명체로 왔다가 내 마음대로 허비하고 버렸던 공허한 찌꺼기가 나를 짓눌렀다. 더 이상 돌아올 수 없는 난간 대에 서기 전, 의미를 부여하지 못했던 자신을 쓸어버리고 아름답고 파란 마음을 채우고 싶었다. 사랑에 목말라 하는 아이들의 작은 버팀목이 되고 싶었다. 마음을 정하고 한 아이가 위탁되기까지 7년이라는 세월이 필요했다. 나의 계획이 행동으로 옮겨가는 시간이 그렇게 길어질 줄은 몰랐다. 지금 생각해보면 나의 교만을 무너뜨려 더욱 단단한 주춧돌로 삼기 위함이었는지도 모른다. 성민이는 네 살이었지만 말을 하지 못하였고 대소변도 가리지 못하였다.  좋은 가정에서 지내면 많이 좋아질 겁니다라는 의사 선생님의 말씀이 유일한 정보였다. 반응성애착장애가 어떤 병인지 어렴풋하게나마 알 수 있었으나 어떤 환경에서 어떻게 자랐는지 자세히 알 수 없었다. 다만 우리가 반드시 해야 된다는 숙명 같은 구속 외는 달리 생각하고 싶지 않았다.

그 날 이후 성민 이와의 전쟁은 시작되었다. 잠잠하던 우리 집은 폭탄을 맞은 전쟁터처럼 여기 저기 상흔이 자욱했다. 가구며 옷가지가 단 몇 분도 제자리에 있질 못하였다. 정상아이와 많이 달라서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더군다나 아이들을 키운 지 오래 되어 양육감각도 많이 떨어졌고 뒷바라지 하는 것이 생소하게만 느껴 어디서부터 손을 써야 할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이른 새벽부터 괴성과 울음으로 이웃을 깨우는 소란이 계속 되었다. 대소변을 가리지 못해 하루에도 수 없이 갈아주는 기저귀며 뜬금없이 지르는 괴성도 그런대로 견딜만했으나 같은 행동을 반복적으로 하는 것을 가까이에서 지켜보기란 인내의 한계를 느꼈다. 아무리 말려도 자기 울타리에 갇혀 버린 성민이는 벗어나질 못했다. 제 풀에 지쳐버릴 때까지 한 시간이고 두 시간이고 호수의 물이 말라 버릴 때까지 계속되었다. 텔레비전을 켰다가는 끄고, 형광등 스위치를 수 없이 켜고 끄는 행동이 반복됐다. 그 때마다 전기 스위치를 두꺼운 테이프로 붙여 놓았지만 덕지덕지 손자국만 남아 있을 뿐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 성민이에게는 즐겁게 놀고 있는 자기 행동에 제재를 거는 어른들이 야속하게만 느껴지는 듯 했다. 말이 통하지 않을 때마다 물건을 집어 던지며 비명을 지르고 소리 높여 울었다. 장닭처럼 달려들어 얼굴을 할 키며 태연스럽게 바라보는 아이는 희열을 느끼고 있는 듯 했다. 칠 년 동안 나를 붙들어 주었던 인문학에 대한 실습을 다시 드는 듯 했다.

그런 좌충우돌도 시간은 흘렀다. 일년이 지났다. 어느 날 대단한 용기를 내어 성민이와 외식을 하기로 했다. 얼마나 오랜 만인가? 맘껏 기대가 부풀었다. 그러나 우리들의 바램은 허사였다. 식사도 하기 전에 배만 쫄쫄 굶고 집으로 돌아와야만 했다. 남의 식탁에 있는 음식을 막무가내로 먹는 바람에 도저히 밥을 먹을 수가 없었다. 온 식당을 돌아다니며 고삐 풀린 망아지처럼 난장판을 만들어 편히 앉아서 식사를 한다는 것은 도저히 불가능 하였다. 먹이를 만난 굶주린 사자처럼 들판으로 달려가는 사자가 되었다. 손님들의 따가운 시선이 느껴졌다. ‘, 좀 잡으소하는 눈치였다. 그 때마다 우리는 머리를 조아리며 아이고. 죄송합니데이. 우리 아이가 너무 번잡해서요 맞은 편 식탁에 있는 어떤 아저씨는 처음부터 우리를 처다 보고 있었다. ‘아이고 아를 왜 저렇게 버릇없이 놔두노하는 투였다. 다름아니라 성민이가 왔다 갔다 하면서 아저씨 엉덩이를 툭,툭 친 것이다. 돌멩이 걷어 차듯 잊을 만하면 걷어차고 있었다. 능청스럽게 오른손은 아저씨 어깨에 척! 걸치고 나를 처다 보며 히죽히죽 웃고 있었다. 마음씨 좋은 아저씨는 아이가 하는 짓이라 화도 내지 못하고아가야. 저리 가라몇 번의 경고(?)를 보냈지만 성민이는 아랑곳하지 않고 뛰어다닐 때마다 아저씨의 엉덩이를 계속해서 걷어차고 있었다. 약이 오른 아저씨는 더 이상 참지 못하겠다는 듯. “하이, 그 놈이하며 우리를 다시 처다 보며 어떻게 해 보라는 시늉을 보냈다. “성민이 이리오지 못해말을 듣지 않는 줄 뻔히 알면서도 아저씨에 대한 일상적인 예의를 갖추고 싶었다. 아저씨는 묘한 방책이 생각이 났는지 성민이가 다니는 통로를 포기하고 부인 옆으로 도망쳐 나란히 앉아 식사를 하는 것으로 일단락 되었다. 그 모습을 보니 얼마나 우스운지 깔깔거리며 웃고 싶었으나 그렇다고 웃을 수도 없었다.

사람들은 성민이의 외면적 모습에 안타까움을 보냈던 것같이 난 저들보다 훨씬 더 많이 겉으로 드러나는 삶에 많은 비중은 두며 살았다. 상대방을 이해하려 기 보다는 자신을 합리화하고 자기에게 후한 점수를 주며 상대방을 정죄하는 일에 아무런 감각 없이 살았던 자신이 미워졌다.

 지난해 4, 동창회 모임에서 제주도 부부여행을 가기로 하였다. 성민이를 데리고 간다는 것은 도저히 불가능하여 포기하였으나  야야, 데리고 온 나. 어차피 우리도 할배아니가 같이 보면 될꺼 아이가그 말을 철석같이 믿고 용감하게 따라 나섰지만 사정을 알지 못하는 친구들은 성민의 행동을 지켜 보더니 놀아 주기는커녕 하나같이 기겁을 하며 도망치고 말았다. 4월인데도 여행 내내 온몸이 땀으로 범벅이 되어 34일은 나에게 긴 여름 같았다. 아이의 완벽한 경호원이 되어 그림자처럼 따라 다니다 보니 무엇을 보았는지, 어떻게 보냈는지 아무런 기억이 없었다. 여행 끝에 돌아온 것은 회사를 쉬어야 하는 몸살뿐이었다.

이렇게 하루가 삼 년같이 보낸 시간들이 깊어 질수록 성민이의 행동에도 변화가 일기 시작하였다. 신변처리는 물론 외마디 괴성은 줄어 들었고 뜬금없이 외치는 단어는 공중으로 날아 올라 또 다른 단어를 붙잡고 짧은 대화로 이어졌다.  .....먹어김치를 집어 들면서 평소에 전혀 사용하지 않던먹어라는 단어를 연결하고 있었다. 그 때 우리부부는 환호성을 질렀다. 얼마나 기쁘고 즐거웠던지 감격의 마음을 시로 적기도 했다

 

짐…. …..

..…..

오랜 기다림에

오물오물 뱉어놓은 희망들

떨어진 언어들이 너울처럼 이어간다.

단어가 단어를 잡으러 덜커덩 덜커덩  

화들짝 놀란 부부

박수치며 뛰어가는데

놀란 아이가 춤을 추며

...

희망다리 놓아간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성민이의 말

어렵고 힘든 피로감이 한꺼번에 씻겨졌다. 그러던 사이 반가운 소식이 날아 든다. “성민이가 너무 좋아 졌어요처음에는 힘내라고 하는 소리로 들렸다. 올해부터 장애 어린이 집을 그만 두고 정상아이들이 다니는 곳으로 가라는 원장님의 말씀이었다. 하루가 다르게 인지능력과 행동제어가 달라지고 있다는 거였다. 지붕이 파란색으로 치장된 어린이 집으로 보내는 첫날, 우리부부는 변 마려운 강아지처럼 안절부절못하였다. 잘 할 수 있을까 아이들에게 방해가 되면 어떡하나 다행히 유리창 너머로 바라 본 성민이의 행동은 너무나 당차고 활기차 있었다. 선생님 말씀도 잘 듣고 진득하게 앉아서 곧잘 따라 하기도 하였다. 럭비 공처럼 천방지축 뛰어다니던 2년 전을 생각하면 천연덕스럽게 앉아 있는 성민이가 이상하게 느껴졌다.

성민이는 나를 할아버지라 부른다. 처음부터 이렇게 부르게 했다. 언젠가 아빠 품으로 돌아갈 날을 기대하여 성민이의 마음 가장 소중한 자리에아빠라는 생명나무를 남겨두고 싶었기 때문이다. 성민이는 집사람보다 나를 유난스럽게 좋아한다. 별로 챙겨주는 것도 없고 많은 시간을 함께 하지도 못했는데 기염을 토할 정도로 할아버지를 좋아하는 이유를 알 수가 없다. 새벽 일찍 나갔다 저녁 늦게 돌아오는 날이 부지기수여서 살갑게 놀아주지도 못하였는데, 밥해주고 옷 사주고 매일같이 함께한 집사람은 뒷전이니 가관이 아닐 수 없다. 집사람이 슈퍼에 가거나 집을 비울 때는 전혀 반응이 없던 아이가 나만 나갔다 하면 울고 야단법석이 난다. 이런 기이한 현상을 알지 못한 우리는 처음에는 텔레비전 소리 때문에 집사람이 나가는 소리를 듣지 못한 것으로 생각했으나 할아버지가 외출을 하려고 하면 판이하게 달라진다. 무슨 일을 하든 여지없이 달려와서 길을 막고 경악에 가까운 울음을 터트린다. 며칠 전부터는 일어나자 말자 큰방으로 달려와 옷걸이에 걸린 할아버지 옷을 만지며 손으로 쓰다듬고할아버지 옷이야로 외쳐댄다. 손으로 만지다 못해 입으로 뽀뽀를 하고 코를 잔뜩 묻혀 놓기도 한다. 그저께는 넥타이를 만지자 거리며하라버지 넥타이야를 연거푸 외치다 급기야 빨간 넥타이를 메고 어린이 집에 가는 초유의 사태까지 벌어졌다. 집사람은 넥타이가 졸릴까 바 아무리 말렸으나 막무가내로 매고 가겠다는 고집을 꺾을 수가 없었다. 그것도 반 짝이 넥타이만 골라서 매어 달라고 했다. 그 날 이후 넥타이 출근은 며칠간 계속되었다. 이런 할아버지 사랑공포증을 나름대로 원인을 생각해보니 지난 여름, 무더위와 싸우는 성민이를 위해 팔이 아플 정로로 부채질을 해 주었던 기억뿐이다. 난 그렇게 해주고 싶었다. 이 부채질은 단순한 부채질이 아니 였다. 역사적인 전통이 있다. 칠 남매의 막내인 나는 어머니의 사랑을 참으로 많이 받았다. 바람한점 없던 여름날 하루 종일 파김치가 된 당신의 몸을 이끌고 막내아들에게 긴 밤을 부채질을 해주셨다. 난 그 때의 사랑을 잊을 수 없다. 지금도 어머니가 생각 날 때면 막내아들 옆에서 부채질을 해 주셨던 어머님 모습이 그립다. 그러고 보니 나의 부채질은 전통 있는 사랑의 열매인 셈이다. 이런 현상을 두고 집사람의 핀잔이 잦다. 당신이 무조건 좋아하고 모든 것을 받아 주니까 그렇지  이러다간 버릇없는 아이가 되겠다고 한다. 맞는 말이다. 그러나 성민이가 천진 난만하게 기뻐하고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면 나 또한 기쁘고 즐거워서 어쩔 줄을 모르는데 이 즐거움을 중단할 수가 없다. 그 동안 여러 곳을 옮기면서 지지와 격려보다는 제제를 받았을 것이고잘했어라는 칭찬보다는왜 그렇게 하니는 핀잔을 받았을 것이다. ‘성민이는 치료 중이다. 아직도 치료중임을 잊지 싶지 않다. 요사이 성민이는 눈으로 말한다. ‘‘할아버지 사랑해요나는 아무것도 준 것이 없는데 성민이를 나를 사랑한다고 말한다. 두 분을 똑바로 뜨고 나를 처다 보는 눈망울은 더 이상치료 중이 아니다. 언젠가는 성민이도 원 가족으로 돌아갈 것이다. 성민이를 돌려보내는 아픔이 있어도 테니슨 시처럼한 번도 사랑해본 적 없는 것보다 사랑해보고 잃는 것이 차라리 나으리성민아. 오월의 하늘처럼 맑고 밝게 자라다오.


센터지기 사람의 마음을 치료하는 특효약에 사랑보다 더 좋은 것이 있을까요? 할아버지 손에 들린 부채의 바람이 어린 가슴에 흘러 들어가 짖물려 있는 상처를 마르게 하나 봅니다. 성민이의 변화된 모습은 우리 모두의 희망이자 자랑입니다. 감사하고 또 감사합니다. 2011/05/04 메모삭제
울진모 구구절절 가슴이 져려옵니다. 왜 이리 마음이 짠한지 고생하십니다. 수고하신 그 아름다운 사랑의 열매가 알알이 익어 갈때를 기다립니다. 존경합니다. 2011/06/16 메모삭제
최재영 감사하네요 기나긴 세월 김..치...먹..어.. 한 마디에 기뻐하며 이길수 있으니 아름다운 말 한마디에 감동할수 있는 그날을 위해 우리 함께 노력해봅시다. 같은 마음 같은 사랑을 가지고 더 낳은 세상을 위해 아이들이 행복한 날들을 위해 수고와 사랑을 아끼지 님에게 감사와 박수를 드립니다. 2011/07/25 메모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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